음악은 인간의 창의력이 만들어낸 가장 경이로운 예술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놀라운 기록들은 음악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도전과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글에서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특이한 음악 기록들을 깊이 있게 탐구해보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BPM을 자랑하는 곡, 역사상 가장 긴 곡, 그리고 가장 많이 샘플링된 소리까지, 음악의 극한을 경험할 수 있는 기록들을 살펴보자.
가장 빠른 BPM을 기록한 곡
BPM(Beats Per Minute, 분당 비트 수)은 음악의 속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일반적으로 빠른 템포의 곡이라면 150~200BPM 정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기네스북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BPM을 기록한 곡이 존재한다.
M.A.S.H.E.E.N - Machine Gun
2013년, 아티스트 M.A.S.H.E.E.N은 1000BPM을 넘는 초고속 곡 "Machine Gun"을 발표했다. 이 곡은 일반적인 EDM이나 테크노 음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실제로 사람의 귀로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Napalm Death - You Suffer
영국의 그라인드코어(Grindcore) 밴드 나팜 데스(Napalm Death)가 발표한 "You Suffer"(1987)는 단 1.316초 동안 연주되며,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곡으로도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하지만 곡의 초당 비트 수를 고려했을 때,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Drum & Bass 및 스피드코어
드럼 앤 베이스(Drum & Bass)나 스피드코어(Speedcore) 장르에서도 1000BPM을 넘기는 곡들이 종종 나오며, 일부 아티스트들은 이를 실험적으로 더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듣고 인식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속도라, 실용적이라기보다는 기록을 위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세계에서 가장 긴 곡과 그 의미
시간이 음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면, 가장 긴 곡은 과연 어떤 형태일까?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긴 곡은 수백 년에 걸쳐 연주되는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John Cage - As Slow As Possible
현대 실험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의 작품 "As Slow As Possible"은 세계에서 가장 긴 연주 시간으로 유명하다. 2001년 독일 할버슈타트(Halberstadt)에 있는 교회에서 시작된 이 곡은 총 639년 동안 연주될 예정이다. 즉, 2640년이 되어야 이 곡이 끝나게 된다.
이 곡은 초저속 템포로 진행되며, 몇 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음이 추가된다. 심지어 2020년 9월 5일에 새로운 코드가 연주되었고, 다음 코드 변경은 2022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음악과 시간의 관계를 실험하는 프로젝트로 해석된다.
Bull of Heaven - The Chosen Priest and Apostle of Infinite Space
미국의 실험음악 그룹 Bull of Heaven은 "The Chosen Priest and Apostle of Infinite Space"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이 곡의 재생 시간은 약 2개월(48일) 이상이다. 이 외에도 수천 시간 동안 지속되는 곡들을 다수 발표하며, 음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많이 샘플링된 소리
샘플링(Sampling)은 기존의 음원을 가져와 새로운 음악에 삽입하는 기법으로,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특히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기네스북에는 가장 많이 샘플링된 소리도 기록되어 있다.
The Amen Break
드럼 샘플링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소리는 단연 "The Amen Break"다. 이 샘플은 1969년 발매된 The Winstons의 곡 "Amen, Brother"에서 따온 6초짜리 드럼 브레이크로, 수천 곡 이상에서 샘플링되었다.
이 소리는 힙합, 드럼 앤 베이스, 정글(Jungle), EDM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핵심적인 리듬 요소로 사용되었으며, 기네스북에도 가장 많이 샘플링된 드럼 소리로 등재되었다.
Funky Drummer - James Brown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Funky Drummer"(1970) 역시 힙합과 펑크, R&B에서 가장 많이 샘플링된 곡 중 하나다. 드러머 클라이드 스텁필드(Clyde Stubblefield)가 연주한 이 드럼 브레이크는 90년대 힙합 음악에서 특히 많이 활용되었으며, 유명 래퍼들의 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타 기네스북에 오른 기이한 음악 기록들
기네스북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특이한 음악 관련 기록들이 존재한다.
가장 높은 음을 부른 가수
브라질 출신 가수 아데메르스 마티네스 마리뇨(Ademir Marques Marinho)는 E♭8(약 5318Hz)까지 도달하며,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 음역 기록을 세웠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연주한 음악
2016년, 인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는 3만 5천 명의 기타 연주자들이 동시에 같은 곡을 연주하며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가장 큰 오케스트라
베네수엘라에서는 8573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오케스트라 기록을 세웠다.
마치며
음악은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어,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고 도전하는 장이 되어왔다. BPM이 극단적으로 빠른 곡, 몇 세기에 걸쳐 연주되는 음악, 그리고 전 세계 음악사에 영향을 미친 샘플링 소리 등은 우리가 음악을 바라보는 방식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단순히 "가장 빠른 것", "가장 긴 것"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음악이 가지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음악을 어떻게 경험하고, 또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기술과 창의력이 결합하여 어떤 새로운 음악적 도전이 이루어질 것인가? 음악의 역사는 계속해서 새로워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기네스북에 새로운 기록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음악의 세계에서는 더욱 놀랍고 기이한 기록들이 등장할 것이다. 음악이 만들어갈 미래의 기록들을 기대하며, 우리도 새로운 시선으로 음악을 감상해보자.